서울 여행
한국어
guide

양재동: 서울의 예상치 못한 자동차 천국

조용한 주택가와 수퍼카 갤러리가 공존하는 서울의 가장 독특한 동네, 양재동의 숨겨진 이야기를 탐험합니다.

박지훈
작성박지훈

사진과 내러티브 저널리즘으로 서울의 숨겨진 이야기를 발굴하는 도심 탐험가

양재동: 서울의 예상치 못한 자동차 천국

양재동: 서울의 예상치 못한 자동차 천국

비 오는 화요일 아침, 나는 우연히 다른 동네의 커피 원두를 찾다 양재동에 발을 들였다. 목적지는 양재역 근처의 작은 로스터리였지만, 결국 내가 발견한 것은 서울에서 가장 예상치 못한 장소 중 하나였다. 조용한 주택가 뒷골목, 코스트코의 거대한 주차장 너머로 5층짜리 건물이 모습을 드러냈고, 그 건물의 유리창 너머로는 페라리, 람보르기니, 포르쉐가 빛나고 있었다.

서울 오토 갤러리(Seoul Auto Gallery)를 처음 본 순간의 충격은 아직도 생생하다. 평범한 서울의 주거 지역에서 어떻게 이렇게 많은 수퍼카가 한자리에 모일 수 있단 말인가? 이 발견은 내게 양재동이라는 동네의 이중성을 알려주는 첫 번째 장소였다.

자동차 문화의 심장부

양재역 7번 출구에서 나와 10분쯤 걸으면, 서울의 자동차 애호가들이 모이는 성지가 나타난다. 양재대로11길에 위치한 이 5층짜리 건물은 단순한 중고차 매장이 아니라, 한국의 자동차 문화가 집약된 공간이다.

"여기는 단순한 중고차 시장이 아니에요. 자동차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갤러리죠." 건물 관리인 이정호 씨는 내게 말했다. 그는 이곳에서 5년째 일하며 수많은 자동차와 그들을 찾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지켜봤다.

건물의 1층부터 5층까지 총 200여 대의 수입 중고차가 전시되어 있다. 처음에는 눈에 잘 띄지 않지만, 각 층을 올라갈수록 보물이 숨겨져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3층에서는 빈티지 포르쉐 911들이, 4층에서는 한정판 페라리들이, 그리고 5층에서는 가장 희귀한 수퍼카들이 기다리고 있다.

"주말에는 사진사들도 많이 와요. 커플 데이트 코스로도 인기가 많죠." 이 씨의 말대로, 나는 이곳이 단순한 자동차 시장을 넘어 문화 공간으로 변모했음을 느꼈다.

쇼룸 너머의 양재동

자동차 갤러리에서 나와 동네를 탐색하기 시작하자, 양재동의 또 다른 얼굴이 드러났다. 큰길에서는 보이지 않는 골목 안쪽으로 들어가자, 낡은 인쇄소들이 현대적인 카페들과 공존하고 있었다.

골목 깊숙한 곳에 자리한 커피 한약방은 내가 발견한 보물 중 하나였다. 1970년대 한의원에서 영감을 받은 인테리어는 방문객들을 과거로 데려간다. 젊은 바리스타가 내게 에소프레소를 내주며 말했다. "우리 할아버지가 바로 이곳에서 30년간 한의원을 운영했어요. 지금은 커피가 약이 되었죠."

이처럼 양재동은 과거와 현재가 만나는 곳이다. 낡은 인쇄소 건물들은 창작자들의 작업실로 변신했고, 주택가의 작은 가게들은 트렌디한 레스토랑들이 되었다. 변화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동네의 본질은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새로움과 낯설음의 교차점

양재천은 이 동네의 허리와도 같다. 아침 조깅하는 사람들, 점심에는 점심 먹는 직장인들, 저녁에는 산책하는 가족들로 가득하다. 강변을 따라 자리한 카페들은 도시의 분주함에서 잠시 벗어나 쉴 수 있는 곳을 제공한다.

양재천 공원 근처의 작은 식당 '집밥'에서 주인 김민숙 씨는 내게 동네의 변화에 대해 이야기했다. "10년 전만 해도 여긴 그냥 조용한 주택가였어요. 지금은 주말이면 오토 갤러리 구경하러 온 사람들로 붐빌 정도죠."

하지만 그녀는 이 변화에 대해 만족스러워했다. "자동차 좋아하는 젊은들이 많아지면서 분위기가 활기차졌어요. 낡은 동네에 새로운 활력이 불어넣어진 거죠."

동네의 진화

양재동은 전형적인 서울의 변화 이야기를 보여준다. 1990년대까지만 해도 이곳은 서울의 남부를 잇는 교통의 요지일 뿐이었다. 분당선이 개통되고, 코스트코가 들어서고, 부동산 가격이 상승하면서 점차 변화하기 시작했다.

가장 큰 전환점은 2018년 서울 오토 갤러리가 문을 열면서였다. 원래 이곳은 일반적인 중고차 매장가였지만, 점차 고급 수입차 중심으로 변모하면서 자동차 애호가들의 성지가 되었다.

"양재동은 서울의 다른 동네들과 달라요." 지역 부동산 중개인 박철수 씨는 내게 말했다. "성수나 연남처럼 계획된 개발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자동차 문화가 중심이 되었죠. 그래서 더 독특한 매력이 있는 겁니다."

양재동의 완벽한 하루

내가 추천하는 양재동 하루는 이렇다: 오전 10시에 양재역에 도착해 골목 카페에서 아메리카노로 하루를 시작한다. 그리고 오토 갤러리로 향해 2시간 정도 자동차를 감상한다. 점심은 동네 로컬 식당에서 해결하고, 오후에는 양재천을 따라 산책하며 마무리한다.

양재동은 서울의 도시 계획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독특한 동네다. 이곳은 자동차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열정, 낡은 것을 새로운 것으로 바꾸는 창의력, 그리고 변화하는 도시 속에서도 자신만의 정체성을 지키려는 주민들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다음에 서울에서 벗어나고 싶지만 너무 멀리 가고 싶지 않을 때, 양재동을 찾아보라. 조용한 주택가 뒤에 숨겨진 수퍼카들의 파라다이스가 당신을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수퍼카의 빛나는 크롬과 오래된 커피 원두의 향기가 만나는 이곳에서, 당신은 서울의 또 다른 얼굴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발견한 장소: 양재동의 오토 갤러리는 주말 오전이 가장 조용하게 즐길 수 있는 시간입니다. 사진 촬영은 외부에서 자유롭게 가능하지만, 실내 촬영은 허락이 필요합니다.

현지인의 팁: 오토 갤러리 방문 후에는 양재천을 따라 걸어보세요. 도시의 분주함과 자연의 평온함이 동시에 느껴지는 이 동네의 매력을 온전히 경험할 수 있을 겁니다.

Tags

양재동 가볼만한곳서울 오토 갤러리양재동 카페거리서울 수퍼카양재동 동네 가이드양재천 산책양재동 맛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