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광장시장에 간 날, 빈대떡이 지글지글 익어가는 냄새에 이끌려 자리에 앉았어요. 뜨거운 기름에서 갓 나온 빈대떡 한 입, 바삭한 겉면과 고소한 속이 만났을 때의 그 맛. 10년이 지난 지금도 잊을 수가 없네요.
광장시장은 1905년 개장한 한국 최초의 상설 시장이에요. 120년의 역사를 간직한 이곳은 서울에서 가장 진짜 한국 음식을 맛볼 수 있는 곳이죠. 하루 평균 65,000명이 찾는 이 시장엔 5,000개가 넘는 가게가 있지만, 진짜 핵심은 음식 골목이에요.
광장시장이 특별한 이유
다른 전통시장과 뭐가 다를까요?
첫째, 여기는 관광지가 아니라 진짜 서울 사람들이 찾는 맛집이에요. 평일 점심시간에 가보세요. 회사원들이 줄 서서 빈대떡 먹고, 아줌마들이 마약김밥 사가는 모습을 볼 수 있어요.
둘째, 가격이 정직해요. 빈대떡 한 장에 5,000원, 마약김밥 한 줄에 3,000원. 명동 관광지 가격의 반값도 안 돼요.
셋째, 긴 테이블에서 낯선 사람들과 나란히 앉아 먹는 경험. 할머니가 육회비빔밥 비비는 법 알려주고, 옆자리 아저씨가 막걸리 한 잔 권하고. 이게 바로 한국의 시장 문화예요.

꼭 먹어야 할 광장시장 음식 12선
1. 빈대떡 (녹두전) - 광장시장의 절대 강자
빈대떡 없인 광장시장을 말할 수 없죠. 녹두를 갈아 만든 반죽에 고기, 숙주, 김치를 넣고 지져낸 이 음식은 광장시장의 시그니처예요.
어디서 먹을까: 순희네 빈대떡 (2번 게이트 근처)
겉은 바삭, 속은 촉촉. 갓 구워낸 빈대떡을 간장에 찍어 한 입 베어 물면 녹두의 고소함이 입안 가득 퍼져요. 5,000원이라는 가격이 믿기지 않을 만큼 크고 두툼해요.
주문 팁: "빈대떡 하나요!" 외치면 돼요. 막걸리(3,000원)랑 같이 시키면 완벽한 조합이에요. 점심시간(12-2시)엔 웨이팅 각오하세요.
가격: 빈대떡 5,000원 / 막걸리 3,000원
2. 마약김밥 - 진짜 중독성 있는 맛
"마약"이란 이름이 붙은 이유가 있어요. 한 입 먹으면 멈출 수가 없거든요.
일반 김밥의 절반 크기로 한입에 쏙 들어가요. 참기름과 깨가 듬뿍 들어가 고소하고, 단무지의 아삭함이 식감을 살려줘요. 겉보기엔 별거 아닌 것 같은데, 먹다 보면 한 줄이 순식간에 사라져요.
어디서 먹을까: 광장시장 마약김밥 본점 (북2문 근처)
진짜 원조 집이에요. 줄이 항상 길지만 빠르게 돌아가니까 10분 정도면 먹을 수 있어요.
주문 팁: 최소 2줄은 시키세요. 1줄(10개)론 절대 안 차요. 포장도 가능해요.
가격: 1줄(10개) 3,000원

3. 육회 & 육회비빔밥 - 신선함의 정점
광장시장 육회는 서울에서 가장 신선해요. 매일 아침 신선한 한우를 직접 손질해서 내니까요.
생고기가 입에 닿는 순간, 부드러움에 놀라게 될 거예요. 참기름과 깨, 계란 노른자와 섞이면서 만들어지는 그 맛은 정말 특별해요.
어디서 먹을까: 북촌육회 (1965년부터 운영 중)
미슐랭 가이드 빕구르망 선정 집이에요. 3대째 운영 중이라 손맛이 다르죠.
육회비빔밥(15,000원)을 시키면 주인 할머니가 직접 비벼줘요. "이렇게 비벼야 맛있어"라며 노하우를 알려주시죠.
주문 팁: 육회만 먹으려면 육회 한 접시(20,000원), 밥이랑 같이 먹으려면 육회비빔밥(15,000원). 배 채우기엔 비빔밥이 낫죠.
가격: 육회 20,000원 / 육회비빔밥 15,000원
4. 순대 & 순대볶음 - 서민의 맛
광장시장 순대는 피순대가 아니라 찹쌀순대예요. 찹쌀, 야채, 당면이 들어가 담백하고 고소해요.
어디서 먹을까: 원조남문순대
순대 한 접시에 소머리 고기와 간, 허파가 같이 나와요. 새우젓에 찍어 먹으면 진짜 맛있어요.
순대볶음(8,000원)도 인기 메뉴예요. 고추장 양념에 볶은 순대와 야채의 조화가 환상적이죠.
가격: 순대 10,000원 / 순대볶음 8,000원

5. 떡볶이 - 할머니표 수제 떡볶이
프랜차이즈 떡볶이랑은 차원이 달라요. 할머니들이 직접 만든 고추장 양념에 쫄깃한 떡이 만나면 이런 맛이 나는구나, 싶어요.
떡은 두툼하고 쫄깃해요. 양념은 달달하면서도 매콤하고. 어묵, 계란, 튀김이 같이 나와요.
어디서 먹을까: 광장시장 안 어느 떡볶이 집이든 맛있어요. 아무 데나 들어가도 돼요.
주문 팁: 떡볶이 단품(4,000원)보다 모듬(6,000원) 시키는 게 푸짐해요.
가격: 떡볶이 4,000원 / 모듬 떡볶이 6,000원
6. 칼국수 - 뜨끈한 한 그릇의 위안
추운 겨울날 광장시장 칼국수만큼 좋은 게 없어요.
닭육수나 멸치육수로 깊은 맛을 내고, 손칼국수는 쫄깃해요. 김치와 깍두기를 듬뿍 넣어 먹으면 속이 확 풀려요.
어디서 먹을까: 어느 칼국수집이든 기본 이상은 해요.
가격: 칼국수 5,000원 / 수제비 5,000원
7. 닭발 - 매콤달콤 중독성 甲
광장시장 닭발은 진짜 매워요. 하지만 단맛이 적당히 섞여 있어서 자꾸 손이 가죠.
뼈를 발라내며 먹는 재미도 있고, 쫄깃한 식감이 일품이에요. 막걸리나 소주 안주로 최고예요.
주문 팁: 맵기 조절 가능해요. 외국인이면 "조금만 맵게 해주세요" 하세요.
가격: 닭발 8,000원

8. 파전 - 비 오는 날의 정석
빈대떡과 비슷하지만 파가 주재료예요. 바삭하게 구워진 파전을 막걸리와 함께 먹으면 그게 바로 한국의 맛이죠.
가격: 파전 5,000원
9. 돈까스 - 시장표 수제 돈까스
요즘 핫한 메뉴예요. 두툼한 돈까스를 직접 튀겨서 내는데, 가격은 6,000원밖에 안 해요.
겉은 바삭, 속은 촉촉. 양배추 샐러드와 밥이 같이 나와서 한 끼 식사로 완벽해요.
가격: 돈까스 6,000원
10. 찹쌀호떡 - 달콤한 마무리
속에 흑설탕, 견과류가 들어간 찹쌀호떡이에요. 겨울엔 특히 맛있죠.
갓 구워낸 호떡을 한 입 베어 물면 뜨거운 흑설탕 시럽이 터져 나와요. 조심해서 먹어야 해요!
가격: 찹쌀호떡 1개 1,500원
11. 편육 - 안주의 정석
부드러운 수육을 새우젓이나 쌈장에 찍어 먹는 편육. 소주 안주로 완벽해요.
가격: 편육 12,000원
12. 족발 - 쫄깃한 식감의 매력
광장시장 족발은 쫄깃하면서도 부드러워요. 야들야들한 식감이 특징이죠.
가격: 족발 (소) 15,000원

광장시장 먹방 코스 추천
코스 1: 가볍게 맛보기 (2만원대)
- 마약김밥 2줄 (6,000원)
- 빈대떡 1개 + 막걸리 (8,000원)
- 찹쌀호떡 2개 (3,000원) 총 17,000원
코스 2: 제대로 먹기 (3만원대)
- 육회비빔밥 (15,000원)
- 빈대떡 1개 (5,000원)
- 마약김밥 2줄 (6,000원)
- 막걸리 (3,000원) 총 29,000원
코스 3: 술 한잔 코스 (4만원대)
- 빈대떡 2개 (10,000원)
- 닭발 (8,000원)
- 순대 (10,000원)
- 막걸리 3병 (9,000원) 총 37,000원
광장시장 실전 팁
언제 가면 좋을까?
- 평일 오전 10-11시: 관광객 적고 여유로워요
- 평일 점심 12-2시: 현지인들 많아 활기차지만 복잡해요
- 저녁 6-8시: 술 마시는 분위기, 좌석 경쟁 치열
- 주말: 항상 복잡. 웨이팅 각오하세요
자리는 어떻게 잡나요?
빈 좌석 보이면 그냥 앉으세요. "여기 앉아도 돼요?" 물어볼 필요 없어요.
긴 테이블에 앉아서 여러 가게 음식을 시켜도 돼요. 각 가게마다 주문하고, 계산은 따로 해요.
주문은 어떻게?
한국어 못해도 괜찮아요. 메뉴판 가리키면 돼요. 대부분 사진 메뉴판 있어요.
몸짓으로도 충분히 통해요. "하나요!" "둘이요!" 숫자만 알면 돼요.
결제는?
대부분 현금만 받아요. ATM은 시장 입구에 있어요.
일부 가게만 카드 가능하니까 현금 넉넉히 준비하세요.
화장실은?
시장 곳곳에 공용 화장실 있어요. 깨끗한 편이에요.
짐은?
큰 짐 들고 가지 마세요. 좁은 골목이라 불편해요.
가는 방법
지하철:
- 종로5가역 (1호선) 8번 출구 - 도보 2분
- 을지로4가역 (2호선, 5호선) 4번 출구 - 도보 5분
버스: 종로5가 정류장 하차
영업시간:
- 대부분 가게: 오전 9시 ~ 오후 11시
- 음식 골목: 오전 10시 ~ 오후 10시
- 월요일 휴무인 가게 많으니 주의하세요
주소: 서울시 종로구 창경궁로 88 (예지동 6-1)
주의사항
- 호객행위: 일부 가게에서 호객행위 있어요. 부담스러우면 정중히 거절하세요.
- 가격 확인: 주문 전에 가격 확인하세요. 관광객 바가지 거의 없지만 조심해서 나쁠 건 없어요.
- 매운 음식: 한국 음식 맵기에 익숙하지 않으면 "안 맵게 해주세요" 하세요.
- 위생: 노점이지만 위생은 괜찮은 편이에요.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자주 묻는 질문
Q: 영어 가능한가요? A: 기본적인 영어는 통해요. 하지만 메뉴판 사진 가리키는 게 더 빨라요.
Q: 채식주의자도 먹을 게 있나요? A: 빈대떡, 파전, 떡볶이, 김밥은 채식 가능해요. 주문할 때 "고기 빼주세요" (No meat) 하세요.
Q: 혼자 가도 괜찮나요? A: 완전 괜찮아요. 긴 테이블이라 혼자 와도 자연스러워요.
Q: 얼마나 시간 잡으면 될까요? A: 1-2시간 정도면 충분해요. 여러 가게 맛보려면 2시간 잡으세요.
Q: 아이 데리고 가도 되나요? A: 네, 괜찮아요. 하지만 유모차는 불편할 수 있어요. 좁은 골목이거든요.
마지막 한마디
광장시장은 서울에서 가장 진짜 한국 음식을 맛볼 수 있는 곳이에요. 빈대떡 굽는 냄새, 마약김밥 만드는 할머니들의 손놀림, 긴 테이블에서 술 마시는 사람들의 웃음소리. 이 모든 게 어우러져 광장시장만의 특별한 분위기를 만들어요.
처음엔 낯설고 복잡해 보일 수 있어요. 하지만 용기 내서 자리에 앉아 "빈대떡 하나요!" 외쳐보세요. 그 순간부터 당신도 광장시장의 일부가 되는 거예요.
120년 역사를 가진 이 시장에서, 한국 사람들이 100년 넘게 먹어온 그 맛을 느껴보세요. 광장시장의 맛은 단순한 음식 그 이상이에요. 서울의 역사이자, 한국인의 일상이자, 우리가 지켜온 문화니까요.
배고프게 가세요. 그리고 마음껏 드세요!




